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밀양 세종병원 화재.."스프링클러 없이 요양병원 함께 운영" 참사 키워

세종병원화재 "응급실옆 간호사 탈의실 첫 연기"

김진혁 기자 | 기사입력 2018/01/26 [18:45]

밀양 세종병원 화재.."스프링클러 없이 요양병원 함께 운영" 참사 키워

세종병원화재 "응급실옆 간호사 탈의실 첫 연기"

김진혁 기자 | 입력 : 2018/01/26 [18:45]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압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제공 )    © 김진혁 기자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1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난 화재원인을 밝히는 수사가 본격 착수 했다.

 

경남지방경찰청과 밀양경찰서는 1차적으로 화재가 난 원인에 촛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경찰은 일단 간호사 등 화재 당시 근무했던 병원 직원들로부터 이날 오전 7시32분쯤 병원 1층 응급실 쪽에서 불이 났다는 공통된 진술을 확보했다.

 

병원 근무자들은 "응급실 바로 옆 간호사 탈의실에서 처음 연기가 올라 왔다"고 경찰에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팀이 도착하는 대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과 탈의실 안에 전열기 등 화인이 될만한 요인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 이후 병원 관계자들은 대부분 연락을 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재단 이사장, 병원 원장 등 병원 운영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고 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재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며 "접촉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과 연락이 되는데로 이들을 불러 병원 운영 현황, 화재당시 사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대참사 주요 원인 "일반·요양병원 함께 운영" 스프링클러 없어.

 

병실에 있던 고령이거나 거동불편 환자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유독가스를 흡인해 중태에 빠진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진 경우가 늘면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증했다.  의사·간호사·조무사도 사망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5층짜리 의료시설로 지어진 해당 건물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닌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헛점이 그대로 들어 난 샘이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물에서 70대 이상의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입원한 상황에서 불이 나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위독한 상태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추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마에 희생되는 사람보다 연기나 유독가스를 마신 사망자가 더 많은 경우가 통계적이다.

 

최희천 한국열린사이버대 재난소방학과 교수는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이 안 나왔지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연기·가스에 의한 사망이 의심된다"며 "화재발생시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심하면 10∼15초만 노출돼도 사람이 정신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등록된 화재시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전체의 60% 이상이 연기에 의한 질식사"라며 "불이 나면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는데 일산화탄소가 호흡기에 들어가면 몸에 마비가 와서 쓰러진다"고 설명했다.

 

원래 혈액속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해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일산화탄소가 산소보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속도가 더 빨라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산소와 결합해야 할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자력대피라는 게 있을 수 없는 환자들이 대다수 입원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쓰러진 사람이 보이면 생사를 확인할 겨를 없이 우선 업고 나오는 등의 조처를 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밀양 시민들 구조에 나서

 

밀양시민 우영민(26)씨는 회사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오전 7시40분쯤 세종병원 화재를 목격했다. 그는 "병원 1층 응급실 쪽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듯싶더니 곧 검은 연기가 병원 건물 전체를 감쌌다"고 말했다.

 

우씨는 "소방관들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불을 끄면서 환자를 구하고 있었다"며 "환자들은 얼굴을 물론이고 손, 환자복이 연기 때문에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소방관들이 설치한 사다리차를 타고 환자들이 한명씩, 한명씩 아래로 내려왔고 4층에 있던 환자들은 슬라이더(미끄럼틀형 구조기구)를 타고 아래로 탈출했다"고 덧붙였다.

 

우씨를 비롯한 인근 주민들은 소방관들과 환자들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저를 비롯한 주민들은 환자들이 무사히 내려오도록 슬라이드를 꼭 붙잡고 있거나 불이 옮겨붙지 않은 옆 건물 장례식장에 들어가 이불이나 핫팩을 들고 나와 추위에 떠는 환자들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청 제공     © 김진혁 기자


세종병원은 2008년 3월 5일 병원 허가가 났으며, 장기요양이 필요한 입원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면서 일반환자도 진료 가능한 병원이다. 요양 98병상, 일반 95병상 등 모두 193병상을 갖추고 있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35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이 이 병원을 운영한다.

 

앞 병동에는 뇌혈관 질환과 중풍 등을 중점 치료하는 일반병원, 뒷 병동에는 치매나 뇌졸중과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이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환자는 세종병원의 경우 2∼6층 100여명, 뒤쪽 요양병원에 94명으로 확인 되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