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삶은 수단일까? 목적일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5/22 [06:06]

삶은 수단일까? 목적일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5/22 [06:06]

더디게만 움직이는 것 같던 시계추가 이제는 빠른 속도로 인생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돌아 앉아서 언제 점심 먹냐? 하시던 어른들의 시간 체험이 이제 내 앞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

 

누구한테 뒤질세라 밤새우면서 헉헉대던 시간도, 동료들과 술잔 기울이며 넥타이를 풀던 시간도, 지각할까 지하철역에서 냅다 내달리며 땀 흘리던 시간도 이제 추억의 창고에 저장돼 소환날짜 기다리며 낮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

 

모든 걸 가져보겠다며 두 손 꽉 움켜쥐고 포효하면서 세상에 얼굴을 내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 고개에 들어서고 있는 인생역정을 되뇌이며 색소폰 음률에 서유석의 '가는 세월'을 흘려본다. ​ 삶은 과연 늙어가는 걸까? 아니면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익어가는 걸까? 불현듯 우리네 인간의 삶이 참으로 복잡 미묘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

 

삶이란 육체일까? 아니면 정신일까? 그리고 삶은 영혼일까? 기억일까? 혹시 삶이 다른 존재들과는 어떤 관계일까?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계란이다" 읊조리면서 한방에 정리해 버린 김형곤 씨가 문득 생각난다. ​

 

어느 철학자는 주장한다. "인생이 항상 평화롭기만 하고 특별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죽은 인생이다. 삶은 결과로써의 삶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라고. ​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삶은 소풍이다" 하면서 갈때 쉬고, 올때 쉬고, 또 중간에 틈 나는대로 쉬라며 일갈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생을 바쁘게 살지 말라고 주문한다. ​장자는 "우리는 세상에 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또 성공하려고 온 것도 아니다" 말한다. 그런 것은 다 부차적이고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는데 장자의 심오한 의미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면서 아침에 소몰고 농사 지으러 밭에 나가듯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라고 노 스님이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라며 껄껄 웃는다. ​

 

▲     ©송면규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면서 연등행렬이 종로거리를 환히 밝히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일탈해 인생철학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삶은 수단일까? 아니면 목적일까?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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