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4/01/17 [13:36]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4/01/17 [13:36]

▲ 송면규     ©

 저녁 약속시간 사이에 잠깐 짬이나서 합정역 부근에 있는 알라딘에 들러 3시간 정도에 읽을만한 에세이를 집어들고 바로 옆에 있는 독서대를 향했다.

낮시간이라서인지 빈 좌석이 꽤 많아 넉넉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한가롭게 여유를 갖고 있다. 종로 쪽 알라딘보다 좌석 여유있어 가끔 찾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 한양대 교수의 관계 에세이라고 나무생각(출판사)에서 소개하고 있다. 꽤 많은 분량의 책을 집필하고 번역한 것 같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누구를 만나 어떤 인간적 자극을 받고 살아왔는지, 어떤 체험과 각성을 통해 자신을 부단히 재탄생시키며 살아왔는지를 편견 없이 알아내는 일"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 사람의 아픔을 가슴으로 공감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해가 머리에서만 이루어질 때는 복잡한 생각이 개입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류 재단하고 평가할 수도 있다면서 경고한다.

책은 1부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2부 이런 사람 피하세요, 3부 뭔가 다른 이런 사람 되세요 순으로 251페이지 분량이다. 목차 내용만 봐도 대강 어떤 내용의 글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세부는 생략하기로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사랑은 혁명을 시작하는 신호탄"이라 소개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따뜻한 사랑의 싹이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는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재미있는 표현은 사랑의 둥근 'ㅇ'이 생긴 원동력은 사람의 'ㅁ'이 부딪치면서 일어난 갈등과 충돌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모난 돌이 구르다보면 모퉁이가 깨져서 둥글게 된다는 속담과 일치한다

참고하고 싶은 내용은 오늘도 내일도 사람을 만나고 만남 속에서 오가는 다른 생각과 의견이 오늘과 다른 나를 내일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나에게 따뜻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가지만 어떤 사람은 아픈 상처를 남기고 간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지만 어떤 사람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또 어떤 사람은 기쁨을 주지만 어떤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던져 놓고 가기도 한다. 문득 나는 어떤 유형일까? 반추해 본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싹이 트는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연애'라는 것은 우연한 계기로 엮여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거나 하던 짓을 안 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계기적 사건이 바로 '사랑'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정의"는 어떤 걸까? 상대의 아픔과 슬픔, 숱한 사연과 배경, 어두운 그림자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을 모두 가슴으로 끌어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대상이든 사람이든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만남을 가로막는 껍데기를 걷어내고 속 깊은 내면으로 함께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꺼내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바로 '사랑'이자 '연애 '아닐까 싶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방괸자적 삶의 자세로 상대방을 멀리서 관망하거나 관조하지 말고 기꺼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잠시라도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왜냐 하면, 사랑으로 만나는 일은 따뜻한 진심과 부끄럽지 않은 진정성으로 상대와 내가 혼연일체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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