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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현대판 '취로사업?'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19/02/05 [20:05]

광주형 일자리, 현대판 '취로사업?'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19/02/05 [20:05]

'광주형 일자리'라는 다소 생소한 '네이밍'으로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MOU를 맺고 추진한 사업이 "광주형 일자리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대통령 축하를 받으면서 닻을 올린 것 같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직원 1,000명(년봉 3,500만원)을 고용해서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2021년까지 경차SUV 10만대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노조에서는 "노동자끼리 저임금 일자리경쟁을 부추기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철회하라" 주장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순항할지 지켜볼 일 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식의 지역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올해 상반기에 2, 3개 더 추진하겠다며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얼마나 고용사정이 심각하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런 식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려고 할까? 정부 고충이 십분 이해됩니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 조건에 가장 중요한 기업 경쟁력과는 별개로 근로자 임금을 먼저 정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또 제품의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을 먼저 채용해서 생산부터 하겠다? 이게 과연 경제 논리에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생생한 대우조선 부도사태! 여기에 국민 혈세가 얼마나 많이 투입됐는지? 정책 당국에서 생각은 해 봤는지 묻습니다. 대우조선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길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경영승계로 노심초사하는 현대그룹가의 약점과 수소차 지원정책에 맞물린 억지 춘향격이라는 누리꾼들 얘기가 헛소문이길 기대합니다. 경소형차가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광주에서 생산된 차를 알아서 팔아야 하는 현대차,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는 세간의 소문을 전합니다.

 

특히 소형차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한국인 특성을 감안하면 어쩌면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차는 대부분 관공서, 공공기관 등에서 대량 구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왕 닻을 올린 사업인 만큼 경차의 순조로운 판매를 통해 하루 빨리 정부 일자리 정책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일자리 걱정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십분 이해되지만 '5년 임기의 유한 정권에서 무한 책임갖겠다'는 의지가 고무적이면서도 조금 지나친 욕심아닐까 싶습니다.

 

해서, 국가 예산을 일자리 만드는 용도로 지나치게 앞세우다보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에서 야당 때 강하게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뭐가 다르냐?며 많은 식자들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돌에 그 이름과 한 일을 기록해 두자"는 주장도 있다는 걸 정책 당국에서는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과연 제조업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정부는 계획하고 있는 대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혹시 '현대판 취로 사업은 아닌지' 한번 더 세심하게 검토할 것을 권유합니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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