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태극기 집회, 안타깝게 바라본다.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18/11/25 [16:26]

태극기 집회, 안타깝게 바라본다.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18/11/25 [16:26]

2018년 11월 24일 첫 눈 내린 오후 '문재인 정권 퇴진 범국민 총궐기' 집회가 열리는 현장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대한문, 동화면세점, 서울역, 남대문시장 등 여러 곳에서 각기 비슷한 내용으로 집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70세 전후로 보였으며, 그들은 부산, 창원, 광주, 강릉,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애국으로 무장하고 상경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시위대들 주변에 배치된 수 많은 경찰병력과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수 많은 군중, 이들로 인해 소요되는 낭비적 비용을 계산해 본 사람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탄핵 정국에서 '이게 나라냐' 했던 광장의 팻말이 새롭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집회현장에서도 같은 팻말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 정쟁은 조선시대 부터 싻을 키워 온 당파 싸움의 연장선이라 하더라도, 민초들 만이라도 아집으로 편가르지 않을 방법은 과연 없는건지 안타깝습니다. 매주 반복돼 벌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엉망' 아니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집회를 마친 군중들은 각기 행진 대열로 태극기를 흔들면서 군가 등 행진곡을 틀어 놓고 '문재인 퇴진' '박근혜 석방' '김성태, 김무성, 유승민 퇴출' 등 비슷한 구호를 외칩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집에서는 가장이고 어른일텐데, 혹시 가족 간 갈등은 없는건지 걱정됩니다.

 

첫 눈이 내리면 못내 옛 사랑이 그리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는데, 첫 눈이 내린 오늘,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낭만을 뒤로 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경제파탄 문재인 OUT'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흔들고 있는 수 많은 태극기는 애국심의 표현아닐까 싶습니다. 참가자들은 '힘들여 내가 일궈온 대한민국을 어떻게 너희가 망쳐놓을 수 있는가?' 이런 원망과 한탄 그리고 걱정이 그 분들을 광장으로 집결시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집회 현장을 둘러보면서 "매번 거의 같은 내용으로 집회를 하는 것 같은데, 왜 집회를 단일화 하지 못할까" 궁금해집니다. 단일화 하면 전달 효과도 더 클 것 같고, 시민 불편도 적고 할텐데 말입니다. 어떤 깊은 사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집회 조차 단일화 하지 못하면서 '문재인 퇴진'을 외친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한 힘으로 묶어낼 역량있는 보수측 지도자는 정말 없는건가? 궁금합니다.

 

동아일보사 건물 벽에 걸려있는 '엉망'이라는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는 자신들 행사를 알리는 홍보용이겠지만, 요즘 시국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합니다.

 

우리들 사정을 아는지 어떤지 외국인들은 그져 신기한 듯 행진 대열을 카메라에 담기 바쁩니다. "이들이 왜,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는지 아는가?" 물어봤더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입니다. 오호라 통재여! 오호라 대한민국이여!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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