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잔소리, 어떻게 볼 것인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18/11/21 [07:41]

잔소리, 어떻게 볼 것인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18/11/21 [07:41]

우리가 철 들면서 부터 무덤 앞에 도착하기 까지 아주 가깝게 하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잔소리'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잔소리가 갑자기 끊기면 한동안 "왜? 하면서 불안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정신분석가들은 말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잔소리는 상대방을 지치게 하고 또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잔소리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 개선되는 것 보다는 다툼으로 번질  때가 더 많다"고 충고합니다.

예를들어, 우리 집에 초등학교 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모처럼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일찍 퇴근합니다. 아빠가 오랫만에 일찍 집에 오셔서 아이는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흐뭇한 미소로 아이를 바라보며 "그래,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 열심히 배웠지? 그러면서 너 저번에 학원 빠졌지? 그렇게 학원 빠지면 안돼요. 여보! 얘 내일 학교 준비물은 잘 챙겼나요? 또 숙제 안 해서 혼나게 하지 말고 밥 먹고 숙제 좀 봐 주세요" 통상 이런 식의 말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한테 시작된 말이 어느덧 아내를 향한 잔소리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되면 아빠랑 시간을 같이 보낼 생각으로 마음이 들떠있던 아이는 금새 시무룩해지고, 저녁 준비하던 아내 입에서는 한숨이 나옵니다.

또 신입 직원이 일찍 출근해서 자리 주변을 정리하고, 오늘 할 일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상사 자리에 부가적인 자료들과 함께 주간회의 자료를 깔끔하게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상사가 출근하자 곧 밝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출근하는 상사가 '오늘 아침 회의자료는 다 준비됐는가? 저번에 지시한 건 어떻게 됐지?' 이런 식으로 따지듯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살면서 잔소리를 안 들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는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일찍 다녀라' '방 좀 깨끗이 치워라'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등 일겁니다. 우리는 그럴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현상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돼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많게 됩니다.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그 잔소리를 지금 자기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잔소리를 하는 걸까요? 조금 궁금하지 않나요? 재미있는 것은 잔소리를 하는 상대방은 대부분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과 가까운 가족, 회사의 동료, 친구 등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그들과 함께 항해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책임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그냥 넘길 수 없나 봅니다. 그래서 일까요? 나름 걱정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귀를 막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잔소리는 상대를 지치게 하고 또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 개선되기보다는 다툼으로 번질 때가 많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안 좋아져서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가 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것은 인생항로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평화롭고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 아닐까요? 따라서 '잔소리는 개선되기 보다는 오히려 관계만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또 잔소리가 심해지면 말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고 하니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
이제부터 잔소리가 아닌 상대방을 춤추게 하는 기분 좋은 질문을 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에게 '숙제했어?' 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TV시청하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거 보고 있니?' 라고 관심을 갖고 질문해 보는 겁니다. 또 즐겁게 이야기 나누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자발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유도하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전의 상황과 연관을 지어서 지적하기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질문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송면규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