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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비서실장, 제2 '홍국영' 될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18/10/29 [20:18]

임종석 비서실장, 제2 '홍국영' 될까?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18/10/29 [20:18]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DMZ 시찰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국방장관,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대동하고 군최고지휘관들로부터 의전 받은 것을 두고 '대통령 행세하는 것 같다'는 비판, 그리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차지철, 최순실 같다'고 비판하는 등 세간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홍국영'은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정조 초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오른 입지적 인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의 처세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했다는 게 정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가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정계를 떠났을 때 나이는 불과 32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권세(도승지)가 너무 과했기 때문일까요? 그가 "신이 한 번 대궐 문을 나가서 다시 세상에 뜻을 둔다면 반드시 하늘이 벌을 줄 것입니다"라며 사직 상소를 올리자, 정조가 기다렸다는 듯이 "옛날부터 흑발 재상은 있었지만, 이제 흑발의 '봉조하'도 있게 됐다"면서 홍국영을 내친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리고 '숙위소'를 철거하는 등 홍국영 지우기에 착수했으며, 그의 도성 진입을 봉쇄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홍국영은 괴로움에 폭음과 통곡으로 강원도를 떠돌다 33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전합니다. 정조는 그의 부고를 듣고 "스스로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삼가는 방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임금의 총애만을 믿고 '위복'을 멋대로 사용하여 끝내는 극죄를 저지르게 됐다. 그의 처신이 자신을 내친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술회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반드시 특정 당파의 독주를 종식해야 겠다'고 작심했던 것 같습니다. 즉 '왕' 이라는 절대적이고 초월적 존재 아래서 각 당파가 경쟁하고 협력하는 걸 원했는데, 홍국영이 최대 세력인 노론을 접수해 자신의 통제 아래 두는 등 자기 정치를 한다고 판단해서, 그를 내쳤다고 전합니다.

그래서일까요? DJ, YS 등 한때 잘 나갔던 실세들의 소위, 가신들이 주군의 비위를 거스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주군이 명한다면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겠다' '좌동영 우형우'라는 별칭이 회자 될까요?

각설하고,
그렇다면 지금의 임종석 실장이 홍국영과 같은 형편일까요?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홍국영은 당시 절대 권력이라는 왕권 아래에 있는 단지 신하에 불과했지만, 임 실장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 실장이 문재인 정권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에 따라 향후 '홍국영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미래 권력이 될지' 두고 볼 일 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 우리나라건 다른 나라건 2인자의 길은 한결같이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은 수면 아래서 그림자로 조용히 행동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임 실장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홍국영 얘기까지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임종석 실장이 홍국영을 뛰어 넘어선 미래 권력이 될까? 아니면 '토사구팽'된 홍국영의 길을 가게 될까? 흥미롭습니다. 같이 지켜보시죠.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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