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범려'를 배우다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4/01/08 [07:15]

'범려'를 배우다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4/01/08 [07:15]

▲ 송면규     ©

 '범려'는 춘추 전국시대 때 월나라 재상을 지낸 인물로 '문종'의 친구이며, 그와 함께 부국강병에 최선을 다해 오나라를 멸망시킨 뒤 상장군에 올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높은 명성을 얻은 뒤에는 월왕인 '구천'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벼슬을 내려놓고 조용히 월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건너 갔다.

그가 월나라를 떠나면서 당시 공신인 '문종'에게 함께 떠날 것을 권유하면서 '토사구팽'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이던 '문종'은 결국 "구천이 내린 검으로 자결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그 후 이름을 바꿔 살면서 재물을 모았다가 모두 흩어 백성에 나누어 준 다음 다시 '도' 땅에가서 호를 바꾸고 장사를 해서 대부호가 되었는데 다시 백성들에게 나누에 주었다고 전해진다.

'범려'는 시기와 시세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행동을 취한 인물의 대명사로 꼽힌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모두 변화하는 것처럼 시세의 흥망성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으며, 때를 기다려 행동해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교훈을 안겨주는 것 같다.

'범려'는 경제사상 면에서도 자연의 순환에 주목하여 "귀한 것이 극에 이르면 도리어 천한 것으로 바뀐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가진 재물을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고 본다.

"버려서 모든 것을 얻은 진정한 자유인"으로 불리는 '범려'를 지금의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느 국회의원처럼 대통령과 친분과시하다 망신 당하지 않도록 주의했으면 한다.

사냥을 마치면 주인이 사냥개를 잡아 먹듯이 권력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같이 도모했던 사람들은 권력을 잡으면 조용히 물러나는 게 "최고의 처세"라는 점을 '범려'는 후세에 알려주고 있다. 쉽지 않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현명하다.

춘추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인물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범려'가 아닐까 생각되며, 아직도 대통령 공신이라 생각하고 용산 근처에 서성이면서 완장 기다리는 사람있다면 "범려의 처세"를 참고했으면 한다.

'범려'와 관련된 유적으로는 저장성 주지에 조성되어 있는 범려의 사당인 '범려사'가 가장 유명하며, 산둥과 허난 등지에도 있음을 참고한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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