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장량'이 실천한 "멈춤의 미학"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12/26 [07:53]

'장량'이 실천한 "멈춤의 미학"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12/26 [07:53]

 '장량'은 한고조 '유방'의 공신으로 선견지명 있는 책사로 지칭된다. 자는 자방, 시호는 문성공으로 동양 문화권에서 참모의 대명사로 통하며 '소하'와 함께 책략이 뛰어나 한나라 창업에 힘썼으며 그 공으로 유후에 책봉된 인물이다.

'유방'의 부하로 전략의 귀재이자 백전불패의 명장이며 다다익선, 성동격서 같은 수많은 일화를 남긴 위대한 인물로 칭했던 '한신'이 '소하'의 꾀에 속아서 참수당했다는 소위 토사구팽 으로 원한을 만세에 남겼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물어날 때 물러나고 나아갈 때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활용해서 훨씬 강력했던 '항우'를 물리치고 패망한 한나라를 통일 국가 한나라로 다시 탄생시킨 인물이 바로 '장량'이다.

하지만 후세가 무엇보다 그를 높이 사는 것은 한나라 개국 후 '장량'이 보인 행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가 걸은 길이 보통 사람은 실천하기 어려운 "멈춤의 미학" 이었기 때문이다.

'장량'의 사당에 적혀 있는 글을 보면 '지지(멈출 때를 안다)와 '성공불거'(성공한 곳에는 머무르지 않는다) 이 두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간단명료하면서 멋스럽지 않은가.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한 후 많은 공신이 죽음을 면치 못했다. 전쟁터를 날아다녔다고 하는 '한신'과 '매월'도 제거되고 '경포'도 반역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왜 그런 최후를 맞이했을까?

역사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면 그들의 마지막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상에 책사는 많지만 멈출 때를 알고 자신의 명대로 살다 간 책사는 많지 않다. 이것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겠다"며 당 대표 등 권력 주변에 서성이는 정치인에게 보내는 경고장 다름 아니다.

그래서인지 오나라를 멸망시킨 절정의 순간 권력에서 내려와 자신의 남은 생을 원하는 대로 살다 간 '범려'와 '장량'의 지혜가 돋보인다. 즉 내려와야 하는 순간 그리고 떠나야 하는 순간을 알고 그대로 실천했던 최고의 책사가 바로 '장량' 아니었나 싶다.

잘 떠나자! 퇴사도 전략이다! 내려와야 할 순간을 알고, 멈추어야 할 시간을 안다는 것! 21C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역사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장량'이 보여준 "멈춤의 미학" 이것이 춘추전국시대 초한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80고개 근처임에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의도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노정객들이 있는 우리 현실이 마음 아프다.

요즘 뉴스에 올드 보이(OB)들의 이름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 '바이든'까지 소환하면서 왜 다시 등장하려 하는 걸까?

"정년이라는 제도가 왜 있는지" 그 배경을 한 번 생각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자 눈에 멋지고 신선하게 보인다. 제2, 제3의 '우상호'가 계속해서 등장하길 기대한다.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장량'이 실천했던 "멈춤의 미학 정신"이 2024년 새해에는 노정객들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