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정책 개혁, 왜 어려운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기사입력 2023/05/15 [06:17]

정책 개혁, 왜 어려운가

살며 생각하며

송면규 | 입력 : 2023/05/15 [06:17]

개혁의 '개'자는 '바꾼다'는 뜻이고 '혁'은 "동물을 잡아 껍질을 완전히 벗겨 쫙 펼쳐놓은 모양"을 뜻한다. 따라서 '혁'자가 들어가면 "무엇인가를 전면적으로 바꾼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혁'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다. 모든 정권이 개혁을 주창하고 나서는 걸 보면 개혁할 내용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언제나 넘치고도 남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대부분 용두사미로 마무리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래서일까?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오기'가 개혁을 성공시킨 인물로 묘사되는 데 그가 진퇴를 잘 아는 개혁가였기 때문 아닐까 싶다.

사마천은 정책 개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를 "처음 개혁을 추진했던 사람이 너무 과격하게 개혁을 밀어붙이거나 개혁을 실행하는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리에 미련을 갖고 집착하다 보면 헐뜯고 모함하는 정적이 생기게 마련이므로 후계자를 키워 개혁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장기 집권을 하게 되면 개혁은 불가능하게 된다" 설명하고 있다.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는 특히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인물이 많다. 또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고 자기만이 옳다고 여기는 성향이 크다. 이것이 개혁이 막판에 가서 틀어지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게 되는 주된 이유라고 사마천은 설명하고 있다.

▲     ©송면규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방법을 잘 택해야 한다. 만일 법치보다 인치에 치우치게 되면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 "진나라가 생각보다 일찍 망했다"는 게 그 증거 아닐까 싶다.

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감에 불타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발 심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너무 서두르다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화해와 설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학연이나 지연 따위 같은 불합리한 끈으로 엮여 있게 되면 개혁은 물 건너가게 되고 그 사회는 법치가 설 자리마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인치의 위험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고 본다.

사마의가 살았던 춘추 전국 시대의 개혁 요체를 '부국강병'이라고 한다면 요즘 시대의 개혁은 '부민부국' 즉 국민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잘 살게 해서 강한 국가를 지향하는 것 아닐까 싶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여러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개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개혁 주동세력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사기'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정책 개혁은 기득권 세력이 가지고 있던 특권 일체를 폐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인바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읍참마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인재는 성공적 개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직언할 줄 알고 유머를 알고 유연한 대처 능력을 갖춘 파트너가 꼭 필요한 법인데,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밉건 곱건 야당은 정치적 동반자이다. 특히 야당 대표는 어떤 인물이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대표직에 있는 동안은 대표로서 존중해 줘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 싶다. 아울러 "국민의 신뢰가 전제될 때 어떤 개혁이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개혁 주체가 명심했으면 바람을 가져본다.

<살며 생락하며> 글을 쓰고, 전공서적을 집필하면서 색소폰 연주를 취미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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